미래농업(관련논문 등 연구)

도시와 농촌, 식탁에서 다시 만나다

flying-object 2025. 6. 30. 18:17

– 직거래 네트워크 재설계와 식량 공동체의 가능성

 

도시 소비자와 농민 간의 직거래 네트워크는 단순한 유통 채널의 대안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의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설계 방안으로는 중간 유통 구조의 축소, 소비자 조합 모델의 도입,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정보 공유 및 물류 최적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 식탁에서 다시 만나다

 

첫째, 중간 유통 단계를 과감히 축소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농산물 유통망은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도매시장, 중도매인, 소매상 등을 거치며 가격이 누적되고, 신선도는 저하되며, 유통 투명성은 약화됩니다. 이로 인해 생산자는 낮은 수익률에 시달리고,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품질에 대한 확신 없이 농산물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산지 직송 시스템도시형 마이크로 물류 허브의 구축이 있습니다.

산지 직송 시스템은 농민이 수확한 농산물을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구조입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개념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며, 최근에는 농촌 지역 공동체가 협동조합 형태로 참여하여 공동 포장 및 공동 출하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완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협업하여 해조류 직거래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심의 물류 거점과 연계해 빠른 배송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도시형 마이크로 물류 허브는 도시 내에 소규모 유통 거점을 마련하여 일정 지역 내 소비자에게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특히 신선 농산물의 특성과 유통 속도를 고려할 때 효율적이며, 지역단위 로컬푸드 유통망과도 쉽게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 소비자 조합(Cooperative) 모델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서 나아가, 생산 과정에 일정 부분 참여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모델로, 소비자가 생산 이전에 일정 금액을 선불로 지불하고 농민은 그 자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농업 생산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수확물은 계절에 따라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공급되며, 공급량과 종류는 자연 환경과 재배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CSA 모델은 단순한 직거래를 넘어 먹거리의 공동 책임과 윤리적 소비의 실현이라는 가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의 한 마을에서는 약 50명의 소비자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인근 경기 지역의 농민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생산 계획에 참여하거나 정기적으로 농장을 방문하여 신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을 넘어, 공동체적 삶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디지털 기반의 직거래 플랫폼 구축이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직거래 장터나 전화 주문 방식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었으나, 현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웹 기반 플랫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실시간 정보 제공과 거래가 가능합니다. 특히 생산자의 스토리텔링 콘텐츠—예컨대 "이 감자는 해풍을 맞고 자랐습니다", "유기농 퇴비로만 재배하였습니다"—등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단순한 주문·결제 기능을 넘어서, 재배 일정 안내, 배송 상태 추적, 후속 피드백 공유, 소비자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제주 지역의 한 로컬푸드 앱에서는 소비자가 농장 일지와 실시간 날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확 체험 참여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관계 기반의 소비로 전환하는 중요한 진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직거래 네트워크의 재설계는 단순한 유통 구조의 조정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고 공동체적으로 연결되는 식량 생태계의 재구축을 의미합니다.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는 신뢰 가능한 먹거리를 제공받으며, 양측 모두가 지속가능한 관계 속에서 상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더 나아가 학교 급식, 공공복지시설, 지역 상점 등과의 연계를 통해 식량 공동체는 사회 전체의 식생활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직거래 네트워크 재설계는 농업과 식생활, 지역경제, 공동체 정신을 하나로 연결하는 구조적 대안입니다. 앞으로는 제도적 뒷받침, 물류 인프라 구축, 디지털 전환, 교육 및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 공동체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