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식량 생산 시스템, 즉 농업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전망하고 대비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다양한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농도 경로를 나타내는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시나리오와 사회경제적 경로를 반영하는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가 있으며, 이들을 활용한 농업 생산성 변화 예측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1. RCP 시나리오 기반 농업 생산성 변화 예측
RCP 시나리오는 2100년까지의 온실가스 농도에 따라 RCP 2.6(저탄소 시나리오), RCP 4.5, RCP 6.0(중간 단계 시나리오), RCP 8.5(고탄소 시나리오) 등으로 구분됩니다.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RCP 시나리오의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질수록, 즉 적극적인 탄소 감축 노력이 없을수록 농업 생산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전반적 경향: 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은 작물의 생육 기간을 단축시키고, 고온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주요 식량 작물(쌀, 밀, 옥수수 등)의 수확량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현재 이미 고온 환경에 놓여있는 저위도 및 열대 지역에서 생산성 감소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강수량 패턴의 변화 역시 농업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 증가로 인한 홍수 피해가,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 심화로 인한 물 부족 문제가 발생하여 농업용수 확보의 어려움과 생산량 감소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CO2 시비 효과의 한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일부 C3 작물(쌀, 밀, 콩 등)의 광합성을 촉진하여 생산성을 일부 향상시키는 'CO2 시비 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는 고온, 수분 스트레스, 영양분 부족 등 다른 기후변화 요인에 의해 상쇄되거나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또한, CO2 농도 증가가 작물의 영양학적 품질(단백질 함량 감소 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 지역별 편차: 고위도 지역에서는 생육 기간 연장과 CO2 시비 효과로 인해 단기적으로 일부 작물의 생산성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도 장기적으로는 병해충 발생 범위 확대, 극한 기상 현상 증가 등으로 인해 상쇄될 수 있습니다. 반면,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이 밀집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 농업 생산성 감소와 식량 안보 위협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작물별 영향: 옥수수와 밀은 기온 상승에 특히 민감하여 전 세계적으로 수확량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쌀의 경우에도 고온으로 인한 등숙 불량, 강수량 변화로 인한 물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품종 및 지역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2. SSP 시나리오 결합 농업 생산성 변화 예측
SSP 시나리오는 미래 사회경제적 발전 경로에 따라 SSP1(지속가능한 발전), SSP2(중도적 발전), SSP3(지역적 경쟁 심화), SSP4(불평등 심화), SSP5(화석연료 기반의 고도 성장)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 SSP 시나리오를 RCP 시나리오와 결합하여 분석하면,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뿐 아니라 사회의 적응 및 완화 능력까지 고려한 보다 현실적인 농업 생산성 변화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 적응 능력의 중요성: SSP1이나 SSP2와 같이 국제 협력이 원활하고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 부문의 적응 능력이 높아져 부정적 영향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잘 견디는 품종 개발 및 보급, 효율적인 물 관리 시스템 구축, 농업 기술 지원 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취약성 심화: 반면, SSP3와 같이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고 기술 발전이 더디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은 사회에서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적절한 적응 대책 마련이 어려워 식량 부족, 영양 결핍, 농가 소득 감소 등의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 정책적 함의: SSP 시나리오를 고려한 연구들은 미래 농업 생산성이 단순히 기후변화 자체의 강도뿐만 아니라, 인구 변화, 경제 성장, 기술 발전, 국제 협력, 정책적 노력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완화)과 함께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적응 전략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3. 농업 생산성 변화에 따른 부가적 영향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농업 생산성 변화는 단순히 수확량 감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쇄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식량 가격 변동성 증가 및 식량 안보 위협: 주요 곡물 생산량 감소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및 변동성 확대로 이어져, 특히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 재배 적지 변화: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로 인해 기존 작물의 재배 적지가 북상하거나 고지대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농업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와 새로운 적응 기술 도입을 요구합니다.
- 병해충 및 질병 발생 양상 변화: 기온 상승은 해충의 월동 가능성을 높이고 발생 세대수를 증가시키며, 분포 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질병의 출현 가능성도 높아져 방제 비용 증가와 추가적인 생산량 손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 물 부족 심화: 기온 상승으로 인한 증발산량 증가와 강수량 변동성 확대는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켜, 관개 농업 지역의 생산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결론 및 제언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SSP 등)에 기반한 농업 생산성 변화 예측 연구들은 전반적으로 미래 농업 환경이 현재보다 훨씬 더 도전적일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RCP 8.5)와 사회경제적 적응 능력이 낮은 시나리오(SSP3 등)가 결합될 경우, 농업 생산성 감소는 더욱 심각해져 전 지구적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합니다.
- 온실가스 감축 노력 강화: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시급합니다. 농업 부문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경종 및 축산 방식 도입이 요구됩니다.
- 기후변화 적응 전략 개발 및 이행: 내고온성, 내건성, 내병충해성 품종 개발 및 보급, 물 절약 농법 및 효율적인 관개 시스템 구축, 재배 시기 조절, 농업 재해 보험 확대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적응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회복탄력성 증진: 기후변화 영향에 취약한 농가 및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 개발 및 보급, 교육 및 정보 제공, 국제 협력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적응 능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 지속적인 연구 및 모니터링: 기후변화 및 농업 생산성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고, 지역별 상세 영향 평가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 기후변화는 농업 생산성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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